현재 한국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색깔이 있다면, 단연 ‘빨간색’일 것이다.
심지어 그 색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진경은 대선 전날 빨간 옷을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자필로 사과문을 써야 했다.
빈지노는 빨간 도넛을 들고 “세계 뻘건디의 날”이라며 가족과의 일상을 공유했지만, ‘보수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의심을 받았다.
카리나는 숫자 ‘2’가 새겨진 빨간 점퍼 사진을 올렸다가 선거 후보 번호를 암시한다는 해석에 휘말렸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그들이 입은 ‘색’, 말이 아니라, 행동이 아니라, 단지 ‘색’이었다.
색은 색일 뿐인데, 왜 우리는 ‘의도’를 읽으려 드는가?
그 누구도 직접 정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일상 사진을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정치적 성향을 찾아내려는 집단적 추측이 시작되었다.
물론, 선거는 민감한 시기이고, 공인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하지만 빨간색 옷, 숫자 하나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이 사건들은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자유를 ‘정치적 추측’이라는 이름으로 억누르고 있는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예인들은 더 이상 색조차 자유롭게 입지 못하고, 숫자 하나에도 ‘사과’를 해야 한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예술가와 연예인은 우리네 사회의 감성을 반영하는 존재다.
그들이 의도 없이 남긴 사진 한 장이, 정치적 신호로 왜곡되고,
그 왜곡이 ‘공인의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면,
우리는 우리네 사회의 감성을 표현하는 자유를 스스로 억압하는 것이 아닐까?
색깔론에 휩싸인 연예인들을 보면서,
여전히 체면 문화에 갇혀 있는 답답한 한국의 모습을 느끼게 됐다.
내게 다소 불편한 타인의 표현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내가 살아는 사회가 보다 자유롭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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