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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사35

Michael Madsen 죽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마이클 매드슨은 늘 태연했습니다. 그가 연기한 ‘미스터 블론드’나 ‘사이드와인더’ 같은 캐릭터들은 무서울 만큼 평온한 얼굴로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잔혹한 인물이 쓴 냉담한 표정 뒤에, 우리는 그 배우가 짊어지고 있던 사적인 절망의 무게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결국, 명성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상처가 되어 그의 삶을 집어삼켰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에는 특유의 잔혹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크린 속 한 장면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배우에게는 현실이 아닙니다. 그는 매일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사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고통만큼은 어떤 배역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매드슨이 남긴 기록을 읽다 보면, 참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 2025. 7. 4.
허구의 아이돌이 현실의 왕좌를 흔들 때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더 이상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지 않는다. 스크린 속 존재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고, 실제 사람들은 그들을 응원하며 열광한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허구의 아이돌 그룹들이 미국 음악 차트를 점령했다는 소식은, 가상과 현실이 완전히 섞인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것은 단순히 K-pop의 인기가 높다는 뉴스 이상의 이야기다.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진짜라 부르고, 무엇에 마음을 내어주며, 어디에 시간을 바치는지를 묻는 질문처럼 다가온다.어릴 적엔 만화영화 속 주인공이 내 친구 같았다. 그러나 그때는 분명히 ‘만화’라고 선을 긋고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에서는 이 경계가 희미해졌다. Huntr/x와 Saja Boys라는 가상.. 2025. 7. 4.
유능함의 연대, 정치의 최소한을 다시 묻다 민주주의의 가장 귀한 미덕은, 우리가 늘 비판하고 의심하면서도 한 사회의 공적 책임이 누구의 손에 맡겨지는지를 끝내 주목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색채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이번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바로 ‘행정의 유능함’입니다. 저는 후보자들을 통해서 일 잘하는 국정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정은경 후보자는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코로나의 사령관’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매일매일 이어진 브리핑에서 그녀의 피곤한 목소리와 흰머리는 단순한 방역의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 앞에서 행정의 신뢰란 무엇인가를 묻는 상징이었습니다.그녀의 재등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위기 대응과 공공의료 .. 2025. 6. 30.
"부모의 등뼈를 타고 올라선 소비주의—그 끝은 어디인가" 명품이 된 자녀, 빚쟁이가 된 부모내가 마지막으로 서울을 떠난 날, 지하철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폰을 들고, 귀에는 에어팟 맥스가 얹혀 있었다. 나는 순간, 그 아이의 어깨에 얹힌 백팩보다도 더 무거운 것이 그의 부모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유럽에서의 삶은 조금 달랐다. 아이들은 헝클어진 머리로 학교에 가고, 옷은 편한 후드 하나면 충분했다. 이어폰이 브랜드든 아니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이 두 장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단순히 경제 체계나 사회 보장 제도의 차이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주려 하는가에 대한 철학의 문제이다. 한국 소비주의의 뿌리와 아이폰의 그림자한국 사회에서 '자녀'는 종종 '가문의 명예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입시,.. 2025. 6. 24.
이제 '엔디 워홀'로 일어나자 - 숫자로는 측정할 수 없는 것들 엔디 워홀, 그리고 우리 안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우리는 언제부터 숫자로 사람을 설명하기 시작했을까.아이에게 붙는 첫 번째 숫자는 체중과 신장이다. 그다음엔 IQ, 등수, 평균 점수.그 숫자들이 아이의 가능성을 설명해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엔디 워홀의 IQ는 86이었다고 한다.통계적으로는 평균보다 낮은 수치. 하지만 그 수치로 그의 삶을 설명할 수 있을까?그가 만든 예술은 한 시대의 감각을 완전히 바꾸었고,그의 존재는 팝 아트라는 거대한 흐름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어린 시절, 지능을 정밀하게 측정할 기술이 없었기에그는 ‘낮은 수치’라는 낙인을 일찍 받지 않았다.혹시 그 덕분에 그는 자신을 재단하지 않고,세상을 향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너무 빨리 아.. 2025. 6. 23.
트럼프, 벙커버스터를 이란에 쏟았다. 미국이 자국 본토에서 이륙한 스텔스 폭격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 이란의 핵심 지하시설을 정확히 타격했습니다.‘벙커버스터’. 들어는 봤지만 실전에서 쓰인 적 없던 무기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기술은 놀라웠고,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이것은 누구를 위한 기술이며,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전쟁의 기술, 외교의 실패 그리고 위협의 정치이번 작전의 기술적 성공은 분명합니다.B-2 스텔스 폭격기는 미주리에서 출발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18시간을 날아갔고,포르도 핵 시설에 무려 12발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했습니다.이 무기는 지하 수십 미터를 파고들어 핵심 목표를 파괴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초정밀 초대형 폭탄’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핵시설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쏟아졌습니다.공.. 2025. 6. 23.
니콘 D850, 그 시절의 공기와 오늘의 빛 사이에서 요즘 블로그를 쓰다가,문득 예전 마음 깊이 간직했던 니콘 D850에 대한 기억이 스쳤다. 딱히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도,그 이름 하나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한때는 손에 넣고 싶어 안달 나던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중형 포맷에 필적하는 45.7MP,압도적인 다이내믹 레인지,그리고 셔터음만 들어도 심장이 뛰던 그 기계. 그래서 혹시나 하고,중고 시세를 찾아봤다.“이제는 많이 떨어졌겠지...”그런데 뜻밖이었다. 여전히 200만 원대...출고가 400만 원 근처였던 걸 생각하면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디지털의 수명치고는, 유난히 단단히 버티고 있다.아마도, 그 이유는이 카메라가 단지 사진을 찍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기억 속의 D850그 시절, D850으로 찍은 사진들이 떠오른다.. 2025. 6. 23.
교사 앞에서 축구화로 아이의 배를 밟는 학교! "체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들 — 학교 폭력, 권위의 실종 그리고 어른의 부재" 교사도, 아이도, 무력해진 교실우리는 언제부턴가 ‘교권’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꺼리게 되었다.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가장 먼저 교사의 손을 묶었고,그 손발이 묶인 교실에 남은 것은 교사의 가벼운 말과 무거운 침묵, 그리고 침묵 속에서 자라난 폭력이었다. 오늘도 또 하나의 폭력이 드러났다. 축구화를 신은 아이가, 같은 반 친구의 배를 짓밟는다.교사는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다.아이는 쓰러지고, 다른 아이들은 그 옆에서 축구를 계속한다.이것이 우리가 만들고 방치한 교실의 민낯이다. 체벌 금지와 권위 실종‘체벌은 폭력이다.’이 얼마나 정당한 문장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문장을 지금은 조심스럽.. 2025. 6. 21.
빚 탕감 추진!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다. 다 갚은 나는 뭔가!! 누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사회가 점점 희미해질 때가 있다. 기준이 흐려지고, 정의라는 말이 권력자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울컥이는 감정이 드는 순간들. 나는 오늘 아침, 정부가 발표한 '취약계층 빚 탕감' 뉴스를 보며 그런 감정을 또다시 경험했다.'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뭐가 되나'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것은 단지 형평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 책임이 개인에게 있든, 사회 시스템에 있든, 또는 그 둘 모두에게 있든 간에, 이제는 그 책임의 분배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임 없는 연민은 또 다른 폭력이다우리는 자주 ‘이해’를 강요받는다. 실패한 사람들, 무너진 사람들, 갚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사정은 물론..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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