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끝났다고 믿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마음을 닫고, 추억 속으로 묻고, 때로는 자신을 다그친다. 그러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다시 시작될 뿐이다.
은지원님을 내 친구라 말한 것은 같은 나이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를 보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방송에서 언듯 드러내는 은지원님의 생각하는 방식이 좋았고, 결혼과 이혼 과정에서 그의 태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내 마음 한켠에 은지원을 향한 내적 친밀함이 자리 잡았다.
그의 재혼 소식은 단순한 연예인의 사생활 이상이다.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13년의 시간, 9살의 거리, 그리고 한 사람
은지원은 47세다. 그리고 그가 재혼을 선택한 이는 9살 연하의 스타일리스트라고 한다. 단순히 숫자의 조합이 아니다. 13년간 홀로 서 있었던 시간, 그 긴 공백 속에서 쌓여온 감정의 층위가 있다.
그는 한때 이혼을 겪었고, “좋게 끝났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엔 성숙함도, 체념도, 쓸쓸함도 함께 묻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공개 연애도, 화려한 결혼식도 아니다. 가족들만 모시고 작은 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상대가 ‘그의 스타일리스트’였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보았던 이. 그저 겉모습을 꾸미는 사람이 아닌, 그의 마음과 일상을 직조해온 동료였을 것이다. 일은 끝나도 감정은 남는다. 그렇게, 함께 있어주던 이가 어느 날부터는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재혼’이라는 단어 앞에 사람들은 온갖 판단을 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그는 다시 누군가를 믿기로 했다. 자신의 시간을, 남은 인생의 계절들을, 또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것이 ‘인생의 가장 용기 있는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늦게 오는 사랑은, 때론 더 깊고 더 오래간다.
사람들은 변하고, 관계는 바뀌며, 삶은 예측을 벗어난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건,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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