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는 이제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현대인의 소비 문화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싼 가격, 대용량 상품, 무한한 시식과 샘플… 마치 놀이공원처럼 우리는 그 안을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상품의 숲에서, 우리 모두는 한 번쯤 자문해야 합니다. 이 공간은 과연 안전한가? 우리는 이 공간에서 단지 소비자일 뿐인가, 아니면 잠재적 피해자인가?
2025년 3월 22일, 소노마 카운티의 한 여성, 세이디 노보트니(Sadie Novotny)는 산타로사 코스트코 매장을 걷다 무너진 전시용 캐비닛에 깔려 심각한 뇌손상을 포함한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1,4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코스트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고는 ‘사고’가 아니다—책임과 구조의 문제
노보트니의 소송은 단순한 ‘미끄러짐’이나 ‘우연한 불행’이 아닙니다. 소장에 따르면, 해당 캐비닛은 얇은 다리를 가진 채 낡고 부적절한 나무 팔레트 위에 위험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코스트코는 이를 사전에 발견하거나 경고하지 않았으며 직원 교육도 부족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책임’이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가? 인간의 실수인가, 기업의 태만인가, 혹은 구조의 문제인가?
소비자 보호란 단순히 “주의하세요”라는 경고문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많은 고객이 오가는 공간에서는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기업이 감당해야 할 기본 책무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종종 다릅니다. 기업은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인력과 교육을 최소화하고, 전시는 ‘팔기 쉬운 방식’에 집중될 뿐,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 개인에게 전가됩니다.
이 사건은 법정의 영역에 맡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닙니다. 기업의 행위에 대해 질문하고,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노보트니의 소송은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 기업의 책임, 소비자의 권리, 그리고 일상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소송 결과가 어찌 되었든, 이 사건은 소비자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어떻게 연대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거울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공간을 구성하고 안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의 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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