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 있는 의자의 팔걸이가 고장 났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기대 앉으려는 찰나, ‘툭’ 하고 팔걸이가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쌓였던 피로는 더 깊어지고, 작아 보이던 문제가 하루를 뒤흔드는 불편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고치면 되지 뭐.”
드라이버를 들고 의자 옆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그런데… 나사가 이상합니다.
십자도, 일자도 아닌 별 모양.
‘아니, 왜 나사를 이런 걸 써놨어?’ 짜증 섞인 말이 나왔습니다.
검색해보니, 이건 ‘Torx (톡스) 나사’라고 하더군요.
쉽게 풀리지 않도록, 더 단단하게 고정되도록 고안된 나사라고 합니다.
일반 드라이버로는 돌릴 수 없어, 전용 Torx 드라이버를 따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화가 났습니다.
단지 팔걸이 하나 고치자고 드라이버까지 새로 사야 하다니.
하지만 Torx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 더 강하게 조여지고
- 미끄럼 없이 안정적이며
- 아무나 쉽게 열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
그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Torx 나사 같은 것들이 있다는 걸요.
처음엔 이해되지 않고, 불편해 보이는 결정들이
알고 보면 더 깊은 이유와 배려로 만들어졌다는 것.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단단한 선택들 말입니다.
팔걸이를 고치고 나서, 드라이버를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내 인생도 고장 난 부분들이 있다면,
언젠가 나만의 Torx 드라이버로 천천히 고쳐나가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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