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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사

유능함의 연대, 정치의 최소한을 다시 묻다

by 마음이 가는 대로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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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함의 연대

 

민주주의의 가장 귀한 미덕은, 우리가 늘 비판하고 의심하면서도 한 사회의 공적 책임이 누구의 손에 맡겨지는지를 끝내 주목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색채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이번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바로 ‘행정의 유능함’입니다. 저는 후보자들을 통해서 일 잘하는 국정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정은경 후보자는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코로나의 사령관’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매일매일 이어진 브리핑에서 그녀의 피곤한 목소리와 흰머리는 단순한 방역의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 앞에서 행정의 신뢰란 무엇인가를 묻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녀의 재등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위기 대응과 공공의료 강화에 있어 과거의 검증된 경륜을 다시 호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에서도 저는 비슷한 맥락을 봅니다. 이진숙 후보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공약으로 대표되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적 기획의 당사자입니다. 거점국립대에서 총장을 지낸 최초의 여성, 이공계 전공자라는 이력은 분명히 귀합니다. 역대 교육부 장관 61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단 4명뿐이라는 사실은 한국 교육정책의 편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후보자에게도 한계는 명확합니다.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는 가볍지 않습니다. 교육은 고등교육 개혁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인선이 단순한 ‘캠프 보상용 코드 인사’에 머물지 않고, 교육 불평등을 넘어서는 기획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봉욱 민정수석의 기용도 흥미롭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총장을 놓고 경쟁하던 ‘합리적 기획통’의 귀환은, 이 정부가 최소한 법치의 안정과 검찰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시도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읽게 합니다.
정치가 늘 이해관계와 권력다툼의 소용돌이라면, 이와 같은 유능함의 연대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가적 기능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 있습니다.

이 세 인사는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고민과 닮아 있습니다.

  1. 위기 대응 역량(정은경)
  2. 교육 불평등 해소(이진숙)
  3. 법치주의의 균형(봉욱)

저는 이 지명에서 ‘적어도 무능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종종 정치에 환멸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권력을 욕망하고, 너무 자주 책임을 회피합니다. 그래서 장관 후보자들의 경력에서 ‘오랜 행정의 무게와 경험’을 보게 될 때, 저는 그것을 단순한 경력 이상의 것으로 느낍니다.
정치는 선한 의도가 아니라, 결국 누가 얼마나 오래 견디며, 신념과 실무를 함께 품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정은경, 이진숙, 봉욱. 이 이름들은 완전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가 ‘무능보다 유능을, 선동보다 책임을’ 조금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국민의 냉정한 검증과 언론의 끈질긴 질문이 이 후보자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치적 편향을 넘어, 국가적 위기와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 행정의 용기와 역량이 이번에는 끝까지 살아남길 소망합니다.

우리가 다시 정치에 기대를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런 순간들 덕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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