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국경은 다시 선을 긋는다
비행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짐을 싸는 대신, 가슴을 쥐어뜯는 사람들이 있다.
2025년 6월.
도널드 트럼프는 다시 '막았다'.
이번에는 12개 나라.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에리트레아, 이란, 수단, 예멘…
이름은 다르지만 이유는 같았다.
“그들은 위험하다.”
위험의 정의는 무엇인가.
비자가 만료되었을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미국 땅을 밟은 뒤에 더 오래 머무는 사람들.
그게 위험이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언젠가는 금지 대상이 될 것이다.
“오버스테이 비율”이라는 말은 과학처럼 들리지만,
정작 어느 수치를 넘으면 위험인지 아무도 모른다.
법조인 스티븐 Heller는 말한다.
“과연 이 수치가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정확히 정의되지 않은 기준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막는 것.
그건 법이라기보다, 인상(印象)에 가까운 통제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미군을 위해 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숨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
진짜 이름은 밝히지 못했다.
탈레반이 그를 찾고 있다.
그의 가족은 오늘도 거처를 옮긴다.
UN은 그의 경력을 인정했다.
미군 대령은 그를 위한 추천서를 썼다.
하지만 미국은 문을 닫았다.
“우리가 모든 걸 바쳤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없습니다.”
예외는 있다.
특별 이민 비자를 가진 아프간인,
올림픽 선수,
외교관,
입양될 아이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Afghan Evac은 말한다.
“우리는 문틈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들을 축하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남겨진 12,000명의 가족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법은 이번엔 더 치밀하다.
2017년, 그는 비슷한 명령을 내렸고, 혼란이 발생했다.
공항은 난장판이 되었고, 법원은 그 명령을 멈추게 했다.
이번엔 조율되었다.
시간도 주어졌고, 예외 조항도 정리되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엔 배운 게 있다.”
하지만 본질은 달라졌는가?
전문가 크리스티 잭슨은 말한다.
“안보라는 명분 뒤에는 정치적 타깃이 숨어 있다.”
그 타깃은 누구인가.
우리인가? 아니면 그들인가?
차드는 왜 금지되었을까?
비자 오버스테이 비율이 높다는 이유.
하지만 차드는 한때 미국의 안보 파트너였고,
광물과 우라늄이 있는 땅,
프랑스와 미국의 군사적 전진 기지였다.
이제 그들은 불청객이다.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는 낙인 하나로.
아프리카연합은 말했다.
“국가의 주권은 존중하지만,
사람 사이의 교류, 교육, 외교를 위협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란 서명으로 이루어지지만,
사람 간의 신뢰로 유지된다.
그리고 지금,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국경은 지도로 보이지만,
그 경계는 사람의 마음에 먼저 그어진다.
나는 카불의 여행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청년을 떠올린다.
그는 오늘도 어딘가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여권은 이제 쓸모가 없다.
우리는 다시 문을 닫고 있다.
다시금 '누구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막을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눈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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