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숨죽여 페퍼톤스의 태풍의 눈을 들었다.
가슴 안에 오래되어 뭉그러진 어둔 무기력함이 그 노랫말에 부서진다.
“몸을 웅크리고 숙여도 고개를 들어라.”
첫 구절이 귀를 때릴 때,
그토록 외면해왔던 현실과 눈을 맞출 용기가 있음을 알았다.
이 세상은 낙오된 자들을 조롱하는 미쳐버린 풍경 같아도,
살아있는 자라면 소리쳐야 한다고,
운명을 향해 온몸을 던지라고,
그들은 노래했다.
나는 늘 무언가에 눌려 있었다.
어차피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고 자조하며,
스스로를 작게 접어두곤 했다.
하지만 노래와 함께 쿠구궁 번개가 치는 소리처럼
내 마음에도 뭉그러져 있던 감정이 부서진다.
어차피 거친 비바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날개를 펴 봐야할 것이 아니냐고.
“눈이 부시게 찬란한 한 줄기 빛이 있다고 했지.
난 기억해 그의 노래.”
이 대목에서 나는 울컥하며 눈물이 흘렀다.
살아있음의 슬픔과 기쁨이 한데 엉켜,
결국엔 눈물이 되어 내 뺨을 적셨다.
삶은 늘 거친 바람과 폭군 같은 현실의 연속이었다.
나는 수없이 움츠러들었고,
수없이 후회하고,
수없이 주저앉았다.
이제 여길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방 안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서,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저 멀리서 내가 불어오는
태풍의 방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모든 걸 삼키는 소용돌이 속으로
기꺼이 내 몸과 마음을 던질 결단을 했다.
눈을 떠, 날개를 펴,
저 태풍의 눈으로,
마침내 찬란한 빛을 찾으러 간다.
그것이 비록 또 하나의 좌절이 될지라도,
오늘 이 순간, 나는 분명히 살아 있음이 내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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