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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소식들/일상

그를 돌려보내기 전,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

by 마음이 가는 대로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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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마르아브레고

 

2025년 3월, 미국은 한 사람을 조용히 국경 밖으로 밀어냈다.
그는 범죄자가 아니었다. 법정의 보호 아래 있었고, 그의 가족은 미국 시민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법원의 명령을 무시했고, 그는 엘살바도르의 감옥으로 추방됐다.

 

그의 이름은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

그는 도망쳐왔다. 10여 년 전,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 갱단의 그림자를 피해 미국에 도착했고, 여기서 가정을 꾸렸다.

미국은 그에게 완전한 안식처는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삶만큼은 지켜줄 줄 알았다.

 

그 믿음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정부는 그를 강제 추방하며 말했다. 그는 갱단의 일원이며, 사회에 위험한 존재라고.

하지만 정작 미국 법원은 그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권력이 개인의 권리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위법 행위였다.

 

놀라운 일은, 이 모든 과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갔다. 돌아오는 데는 두 달이 걸렸다.

돌아오기 위해 그의 가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판사가 움직였고, 대법원까지 나서야 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자마자, 형사 기소가 이어졌다.

 

물론 우리는 무죄를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는 돌아온 직후에 기소되었는가?
왜 그 기소는, 그를 잘못 내쫓은 정부가 그 실수를 덮기 위한 방편처럼 보이는가?

 

검찰은 그를 ‘장기간 밀입국 조직의 일원’이라 규정한다. 그가 수년 간 사람들을 텍사스에서 메릴랜드까지 실어 나르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말한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동료들을 데려다 주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이 사건이 지금껏 어떤 기소에서도 볼 수 없던 정치적 그림자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사건을 이끌던 고위 검찰 간부는,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우려해 스스로 사임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실수를 인정하는 방식이야말로, 국가의 품격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실수를 은폐하고, 되레 그 실수의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방식은 국가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국민에게 주어진 법적 보호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의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

 

그는 미국의 법을 믿었다. 그의 가족도 그랬다.
문제는, 정부가 그 믿음을 배신했단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일이 단지 한 남자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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