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사

불붙은 화약고, 역사의 결정적 순간

마음이 가는 대로 2025. 6. 1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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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화약고, 역사의 결정적 순간

 

6월 13일 새벽, 중동이라는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이 ‘라이징 라이언(Rising Lion)’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과 군부 지도부를 정밀 타격했고, 이란은 곧바로 100여 대의 드론으로 응수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외교적 협상"이라는 희망이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제 그 자리는 전운과 제재, 그리고 복수라는 단어들이 채우고 있다.

한 국가의 생존을 위한 ‘자위권’이라는 명분과, 다른 국가의 ‘주권 침해’라는 현실. 이처럼 정당성과 폭력성이 동시에 작동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늠할 수 있을까? 또, 이 모든 일이 일상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늘 예루살렘과 테헤란의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려는 행렬은, 내일 서울과 도쿄, 브뤼셀의 시장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냐 도발이냐, 정당성의 함정

이스라엘의 입장은 단순하다. 이란의 핵개발은 자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레드라인'이며, 예방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습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나탄즈'와 최고위 군 수뇌부를 겨냥했으며, 이는 단순한 상징적 공격이 아니라 이란의 ‘핵 야망’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란의 입장 역시 간단치 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이번 공격을 '주권에 대한 침범'으로 규정했다. 게다가 사망자 명단에는 최고 군 총참모장인 모하마드 바게리가 포함되어 있어, 이란 입장에서는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닌 국가 체계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기도 하다.

전략적 명분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명분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의 공포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스라엘에서는 유치원이 문을 닫고, 테헤란의 주거 지역이 불탔으며, 요르단 하늘에도 미사일 경보가 울렸다. 양쪽 모두 '안보'를 말하지만, 정작 그 안보는 국민에게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사건은 단순한 이-이란 양국 간 분쟁이 아니다. 중동이라는 지리적 공간은 글로벌 경제, 외교, 안보의 복합적 요충지이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세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다. 석유 가격이 폭등했고, 외교 사절단이 철수하고 있으며, 항공로는 봉쇄되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에 핵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협상장에서 문을 박차고 나왔던 장본인임에도 말이다.

 

정치는 언어로 움직이지만, 전쟁은 침묵 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침묵을 깨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까?
정의와 평화를 말하는 것이 결코 감상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위는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에서 비롯된다.
지금이야말로, 감정이 아니라 철학이 지도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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