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시작을 보며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 몰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우리는 행사장에 나타나는 대통령, 누군가 미리 짜놓은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 출퇴근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대통령을 지켜봐야 했다.
화려한 수사는 있었지만,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정치적 사유’나 ‘노동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을 바라보는 마음이 식어 있었다. 기대도, 실망도 없이.
그런데 요즘, 뉴스에서 조금 다른 장면이 보인다.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도 아닌 공간에서, 책상 앞에 앉아 회의하고, 현장을 돌고, 일을 챙기고 있다.
그 장면은 정치적 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안다.
저건 그냥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일하려는 사람의 몸짓’이라는 것을.
속이 시원하다
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과 거리가 있다.
그가 걸어온 길, 주장해 온 가치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 앞에서 그 모든 정치적 다름은 잠시 접는다.
속이 시원하다.
그는 일을 한다.
대통령으로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왜 이렇게 반가운가?
아마도 그동안 정치가 너무 ‘기획된 말’과 ‘소리의 경쟁’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뉴스에는 말꼬리 잡기만 넘쳐났고,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말잔치 속에서 정치는 피곤하고 낡은 언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 사이에서, 묵묵히 회의자료를 들여다보고, 민생현장을 다니고,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순한 행동이, 이상하게도 지금 이 시기에는 가장 ‘혁신적인 뉴스’가 된다.
머리가 아닌 손발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
나는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말을 잘했고, 글을 잘 썼으며, 언제나 남보다 한 수 앞서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그런 머리 좋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손과 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이제는 그런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머리보다 손발이 움직이는 사람, 말보다 성과로 말하는 사람, 쇼가 아닌 노동으로 정치를 실현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은, 어쩌면 그러한 변화를 향한 작은 신호일지 모른다.
정치가 다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바라본다.
정치가 다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선거 때만 반짝하고, 평소엔 행사장에서 웃고 서 있는 정치가 아니라,
책상 앞에서 서류를 넘기고, 늦은 밤까지 정책을 다듬는 정치.
비판받더라도 다시 고치고, 욕먹더라도 책임지는 정치.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국회의원도 움직이고, 공무원도 분주해지고,
시민들도 “정치가 변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값진 변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당을 떠나, 한 가지 바람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
그 나라가 우리 앞에 오고 있다고.
그리고, 그 시작을 지금 보고 있다고.